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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건물주 생존기 9화]

nirmataJ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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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이란 말의 무게 — 개발자의 마음이 생긴 순간**

“이거 누가 설계했어요?
감각이 좋네요.
세입자들 반응도 좋아요.”

처음 들었을 땐 그냥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 이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감각이 좋다’는 말은, 결국 ‘신경 썼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감각은
수익률 계산이나 평면도 최적화보다도
더 오래 남는 흔적이었다.

그날 나는 알게 됐다.
나는 ‘건물주’이기 전에
공간을 디자인한 사람이었다는 걸.



처음엔 그냥 최대 수익을 뽑기 위해
“몇 세대 넣을 수 있나”,
“화장실은 어떻게 돌리면 배관이 짧나”만 고민했다.
그런데 시공 막바지쯤 되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건물, 딱 봤을 때… 예쁠까?”



옥상 난간을 곡선으로 바꾸고,
외벽 벽돌은 한 톤 더 따뜻한 색으로 정했다.
현관 센서는 감지 반응 빠른 걸로 바꿨고,
입구 도어벨은 음질 좋은 모델로 다시 발주 넣었다.

그걸 누가 알아봐줄진 몰랐다.
그냥,
내가 만족하고 싶었다.



그때부터 마음이 바뀌었다.
이건 단순한 수익형 부동산이 아니라,
내 이름으로 남을 공간이었다.

1층 외부 벤치도,
엘리베이터 벽의 마감재도,
밤에 켜지는 간접등 하나까지,
그 공간이 줄 수 있는 인상을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 말했다.

“건물 전체가 되게 안정감 있어요.
약간 작가주의 있는 느낌?”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내가 그렇게까지 생각하며 만든다는 걸
아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건물주에서 ‘창작자’로 변해 있었다.



수익률도 중요하다.
당연히 이익은 나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 건물은 내 작품이에요.
돈만 보고 지은 건 아니에요.”

그 무게가 처음엔 무서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랑스럽다.



공간은 사람을 담는다.
그리고 그 공간은,
그걸 만든 사람의 시선과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다.

내가 만든 공간이 누군가의 일상이 될 때,
비로소 이 일이 완성되는 느낌이다.



#초보건물주생존기 #9화 #내작품 #공간기획자의마음 #돈그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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